주말 새벽, 알람 대신 넷플릭스 앱 알림이 먼저 울렸다. “새로운 영화가 도착했습니다”라는 문구는 커피 향보다 진하게 잠을 깨웠다. 침대에서 허리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전 세계 바다를 스킵타임으로 건널 수 있다니, 기술이 종종 게으름을 합리화해 준다. 메인 페이지 첫 칸에 뜬 ‘Revelations’ 썸네일은 피 한 방울 없는 빨간 배경 위로 배우 류준열의 눈빛이 번뜩였다. 심장 박동이 두 배로 뛰었지만, 양치질은 뒤로 미뤘다. 리모컨을 잡은 손이 파도를 기다리는 서핑 보드처럼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UI에 감탄하다가 무심코 넘긴 예고편 메뉴는 마치 스포일러 없는 티저 파티 같았다. 나는 창문을 살짝 열어 봄바람을 들였는데, 기기 팬 소리와 바람 소리가 엇갈리며 파도 소리 ASMR을 만드는 기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