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라는 한판 승부의 세계를 대중영화로 만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그중에서도 전설적인 기사인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 이창호 9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승부’는, 많은 바둑 팬들과 일반 관객들에게 고루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병헌과 유아인이라는 최정상급 배우들이 조훈현과 이창호로 분해 호흡을 맞췄다는 점은, 영화를 기다려 온 이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죠.
지난 2025년 3월 26일 개봉한 ‘승부’는 개봉 첫날 9만 1,48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그 기세는 개봉 첫 주를 지나 4월 1일까지 누적 관객 수 82만 6,977명을 기록함으로써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품성에 대한 호평과 더불어 “이병헌의 묵직함과 유아인의 섬세함이 돋보인다”는 관객들의 후기가 쏟아지면서, 한때 유아인의 개인적 논란으로 인해 우려했던 부분마저 ‘승부’의 뛰어난 완성도로 덮여버린 모양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따라다닙니다.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이름은 한국 바둑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영화는 세계 최고의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이 바둑 천재인 이창호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스승이라 해도, 제자에게서 느끼는 신선한 자극은 때로는 긴장과 질투, 그리고 무한한 자부심까지 동반하게 되죠.
‘승부’의 주요 갈등 중 하나는 스승과 제자의 성장 곡선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화됩니다. 바둑 신동이라고 불렸던 이창호는 시간이 흐를수록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해가며 국내외 대회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가 공식 대국에서 맞붙는 시점이 찾아오죠. 박빙의 승부 끝에 스승이 제자에게 패배를 맛보게 된 그 순간은, 바둑 팬이라면 누구나 잊기 힘든 역사적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는 이런 승부의 역사적 순간뿐 아니라, 바둑판 위의 치열한 머리싸움과 바둑 대국에서 묘사되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특히 배우 이병헌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조훈현 9단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긴 세월 동안 쌓아온 내공이 느껴질 만큼, 노련함과 함께 소년 같은 순수함까지 동시에 드러내는 이병헌의 표현력은 그야말로 일품이죠.
유아인 역시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강렬함을 바둑판 위에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창호 9단이 보여준 담담하면서도 질주하는 듯한 플레이 스타일을 영화 속에서 잘 구현해냈다는 관객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두 배우가 대국 장면을 위해 바둑 이론부터 자세한 수법까지 꼼꼼하게 연구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한편, 초기에는 넷플릭스 공개를 염두에 두었던 ‘승부’가 극장 개봉으로 최종 결정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코로나 이후로 극장가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믿고 보는 배우 조합에 전통 스포츠(바둑) 영화라는 독특한 소재가 더해지며 극장 관객들을 대거 끌어모은 것이죠.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영화라는 예술 장르는 큰 스크린과 음향 속에서 직접 체감하는 몰입감이 주는 가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호흡을 대형 스크린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관객들의 기대감이 흥행의 커다란 버팀목이 된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사이의 사제 관계를 담담히 조명함으로써,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바둑이라는 소재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도, 그 이면에 담긴 인간사의 희로애락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을 선사하죠. 스승과 제자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대국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진검승부를 펼치는 모습은 어쩌면 모든 경쟁 상황에서 필요한 균형감각을 상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승부’를 직접 관람한 많은 사람들은 “보고 나니 다시 한 번 인생의 스승과 제자를 떠올리게 된다”라는 후기를 남기곤 합니다.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진심 어린 경쟁과 존중, 그리고 세대를 넘나드는 발전의 순간들은 비단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실제 바둑계의 전설인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 이창호 9단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이병헌과 유아인이 전하는 감동은 현재진행형으로 극장가를 휘어잡고 있습니다. 바둑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싶은 분이라면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길 만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직 관람하지 못하셨다면, 큰 스크린에서 두 배우의 열연과 숨 막히는 바둑 대국의 순간을 직접 체험해 보시길 권합니다.